지난 1부에서는 BMW가 항공기 엔진 제조사로서의 시작부터,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고 '노이에 클라쎄'를 통해 '스포츠 세단'이라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BMW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번 2부에서는 BMW가 어떻게 고성능 디비전 M을 통해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슬로건을 현실화하고, X 시리즈로 SUV 시장에서도 그들만의 '드라이빙 플레저'를 확장했는지, 그리고 럭셔리 라인업을 강화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혔는지 심층 분석해 보겠습니다.
1. BMW M: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위한 고성능 디비전
BMW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이야기할 때, BMW M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M은 단순한 고성능 트림을 넘어, BMW의 모터스포츠 DNA와 엔지니어링 정수를 집약한 독립적인 고성능 디비전입니다.
- M의 탄생 배경: 1972년, BMW는 모터스포츠 활동을 전담하고 고성능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BMW 모터스포츠 GmbH(BMW Motorsport GmbH)'를 설립합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BMW M의 시초입니다. M은 'Motorsport(모터스포츠)'의 약자로, 레이싱 트랙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양산차에 접목하여 일반 도로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 상징적인 M 모델의 등장:
- BMW M1 (1978): M 디비션이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슈퍼카로, BMW의 고성능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BMW M3 (1986): 콤팩트 세단인 3시리즈를 기반으로 개발된 M3는 뛰어난 밸런스와 강력한 성능으로 전 세계 스포츠 세단의 벤치마크가 되었고, BMW M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됩니다.
- BMW M5: 고성능 비즈니스 세단의 표준을 제시하며, 일상 주행과 트랙 주행 모두를 만족시키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 M만의 철학과 기술:
-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 (과거): 과거 BMW M은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을 통해 날카로운 응답성과 짜릿한 사운드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이는 '운전자가 엔진의 모든 회전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M의 철학을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터보차저 엔진으로 전환되었지만, 특유의 고성능 지향점은 변함없습니다.)
- 정교한 섀시 튜닝: 단순히 엔진 성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서스펜션, 브레이크, 스티어링 등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튜닝하여 운전자에게 극한의 제어력과 일체감을 선사합니다.
- 기능적인 디자인: M 모델의 외관은 단순한 치장을 넘어, 공기역학 성능과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능적인 디자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BMW M은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BMW의 슬로건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브랜드의 정점이며, 운전자에게 짜릿한 경험과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는 약속입니다.
2. SUV 라인업(X시리즈)의 성공적 안착: SAV의 개념 정립
2000년대 이후 SUV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었습니다. BMW는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SUV 시장에 뛰어듭니다.
- SAV (Sports Activity Vehicle) 개념 정립: BMW는 자신들의 SUV를 단순히 'Sport Utility Vehicle'이라고 부르지 않고, 'Sports Activity Vehicle (SAV)'이라는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SUV의 다목적성과 공간 활용성에 '스포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결합하겠다는 BMW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 BMW X5의 등장 (1999): X5는 BMW 최초의 SUV(SAV) 모델로, 당시 BMW의 핵심 가치인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SUV 세그먼트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SUV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온로드 주행 성능과 BMW 특유의 핸들링 감각은 X5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 X 시리즈의 확장: X5의 성공을 바탕으로 BMW는 X3, X6, X1, X4, X7 등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X 시리즈를 출시하며 SUV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했습니다. 특히 X6는 'SAC(Sports Activity Coupe)'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하며 SUV에 쿠페의 날렵함을 더하는 혁신적인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SUV에서도 '쉬어 드라이빙 플레저': BMW는 X 시리즈를 통해 SUV에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xDrive 사륜구동 시스템, 정교한 서스펜션, 강력한 엔진 라인업 등은 X 시리즈가 단순히 덩치 큰 차가 아닌, BMW다운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모델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전통적인 세단 구매자들도 SUV로 유인하는 데 성공하며 BMW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었습니다.
3. 럭셔리 라인업의 강화: 7시리즈, 8시리즈, 그리고 궁극의 럭셔리
BMW는 드라이빙 퍼포먼스와 함께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 7시리즈의 역할: BMW의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는 S클래스와의 경쟁 구도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습니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서 BMW가 가진 혁신적인 기술력과 최고의 안락함을 선보이며, '오너 드리븐 럭셔리 세단'이라는 명성을 쌓았습니다. 운전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최고급 세단을 원하는 이들에게 7시리즈는 언제나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 8시리즈의 부활과 럭셔리 쿠페: 1990년대 전설적인 그랜드 투어러였던 8시리즈는 2018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며 BMW의 럭셔리 라인업의 최상단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쿠페, 그란 쿠페, 카브리올레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된 8시리즈는 아름다운 디자인, 강력한 성능, 그리고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을 통해 BMW가 추구하는 '감성적 럭셔리'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럭셔리 비전의 확장: BMW는 단순히 차량 한 대 한 대의 럭셔리함을 넘어,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접점에서 프리미엄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개인화된 서비스, 고급스러운 소재, 그리고 최첨단 기술의 섬세한 조화는 BMW의 럭셔리 라인업이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을 완성합니다.
4. 결론: 다채로운 매력으로 확장된 '쉬어 드라이빙 플레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BMW는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핵심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해 왔습니다. M 디비전을 통해 고성능의 한계를 시험하고, X 시리즈로 SUV 시장에서도 BMW만의 드라이빙 경험을 성공적으로 이식했으며, 7시리즈와 8시리즈를 통해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이는 BMW가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시대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자신들의 철학을 잃지 않는 진정한 혁신 기업임을 증명합니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슬로건은 이제 세단, 쿠페, SUV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차량에서 경험할 수 있는 BMW만의 특별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다음 3부에서는 BMW가 그려나갈 미래 모빌리티의 비전, 즉 전기차 브랜드 'BMW i'의 역할, 디지털화된 사용자 경험,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한국 시장에서의 위상에 대해 더욱 심도 있게 다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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